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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 한마디에 불길 뚫은 사람들…350마리 생명 구했다[펫피플]

함형선 위액트 대표 "현장 달려온 시민 힘 컸다"
"공장·농장·밭에 개 묶어기르지 않도록 금지해야"

함형선 위액트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산불 현장서 구조한 동물들을 면회하며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왜 동물을 구하지 않았냐고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재난 현장이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중랑구 24시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만난 함형선 위액트(WeACT) 대표는 이번 산불 재난 구조 활동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지난달 22일 시작된 산불은 삽시간에 확산하며 대형 산불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뉴스를 통해 상황을 확인한 함 대표는 활동가 단체 메시지방에 단 한 마디를 남겼다.

"짐 싸!" 그 한마디에 위액트 활동가들은 망설임 없이 짐을 챙겨 현장으로 향했고, 새벽녘에 산청에 도착했다.

17일 넘도록 이어진 구조, '목숨을 걸었다'

위액트 활동가들이 불에 타고 있는 마을을 수색하며 남은 동물들을 찾고 있다(위액트 제공). ⓒ 뉴스1

활동가들은 산청을 시작으로 의성, 청송, 영양, 영덕까지 산불 피해가 심한 지역을 따라 17일 넘게 구조 활동을 이어갔다.

불길은 마을을 삼키는 속도로 번졌다. 주민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액트는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 현장 상황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시민들과 이어졌다.

녹아내린 전깃줄에서 불꽃이 튀는 긴박한 순간에 구조된 보더콜리, 불길이 코앞까지 닥쳤을 때 목줄에 묶인 채 발견된 백구, 무너진 축사에서 타버린 사체 곁에 남겨졌던 염소. 그들의 구조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선 사투였다.

150명 넘는 시민 봉사자…함께 만든 기적

불타는 전신주 아래 홀로 묶여 있던 보더콜리를 활동가가 구조해 급히 옮기고 있다(위액트 제공) ⓒ 뉴스1

위액트의 구조 활동은 언론과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을 위해 길러진 가축도, 묶여 있던 개도, 모두 같은 피해자이며 소중한 생명이라는 메시지가 공감을 불렀다.

SNS에 올라온 구조 소식마다 수백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구조에 동참했다. 150명이 넘는 시민 봉사자가 현장을 찾았다. 어떤 이들은 물품을 보내고 소식을 퍼뜨리며 힘을 보탰다.

마을 전체가 전소된 지역의 참혹함 앞에서 위액트는 이번만큼은 구조 마릿수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지난 7일까지 구조된 동물은 개, 고양이, 염소, 토끼 등 총 57마리. 로얄동물메디컬그룹과 함께 현장에서 치료한 동물은 294마리에 달한다.

세 명뿐인 상근 활동가가 이처럼 많은 구조를 이뤄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시민들의 참여 덕분"이라고 함 대표는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지난 8일 함형선 위액트 대표가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함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조용히 "지키지 못한 동물"이라며 경북 의성의 한 현장을 떠올렸다.

그는 "산불이 방어선을 뚫고 민가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던 중, 고양이 두 마리가 한 집 안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곧바로 달려갔지만, 이미 집은 활활 불타고 있었고, 소방대원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시골개의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

이번 산불은 단순히 재난 대응을 넘어, 우리 사회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함 대표는 "반려동물 동반 대피가 제도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결국 '반려' 개념 안에 들어간 동물들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장, 농장, 밭을 지키는 개들, 뜬장에 갇힌 개들 같은 존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이런 동물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보호법 강화로 목줄에 묶어 키우는 방식은 금지돼야 한다"며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이 불에 타 무너진 와중에도 목줄에 묶여 대피하지 못한 개가 눈에 화상을 입고 괴로워하고 있다(위액트 제공). ⓒ 뉴스1

현재 위액트가 구조해 치료 중인 동물들은 보호자가 원할 경우 보호자의 주거환경이 복구될 때까지 몇 개월이든 보호할 예정이다. 다만 예전처럼 야외에 묶어 키우지 않고, 안전한 공간을 마련할 것이 조건이다.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소유권을 포기한 경우에는 치료 후 입양처를 찾아줄 계획이다.

이번엔 '화'로 끝나지 않기를

위액트가 구조한 동물들 대부분이 중증 상태로 로얄동물메디컬그룹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함 대표와 함께한 서나경 활동가는 이번 산불 재난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메시지를 사람들이 너무 빨리 잊을까 봐 걱정한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동물들을 보며 느낀 분노와 상실감, 그런 감정을 오래 간직했으면 한다"며 "그리고 그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수많은 활동이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뜨거웠던 반응들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화'로 끝나지 않고, 그 분노가 모여 캠페인과 정책, 법안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해피펫]

위액트 활동가들은 이번 재난으로 느낀 감정들을 잊지 않고 동물들의 삶이 바뀌는 일에 행동으로 동참해주길 호소했다(위액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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