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수감되자 딸 성추행한 현직 변호사, 2심도 징역형 집유
피해자 주거지 강제추행 유죄…산책 중 추행 혐의는 무죄
"호의적 관계에서 태도 변화…'추행으로 회피' 신빙성 높아"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의뢰인인 중견기업 회장이 수감된 뒤 그의 대학생 딸을 성추행한 현직 변호사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1심보다 다소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조정래 진현지 안희길)는 29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김 모 씨(60)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의뢰인인 중견기업 회장 B 씨가 수감된 뒤 B 씨의 딸인 피해자 A 씨를 여러 차례 불러내 성추행하고 집으로 찾아가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중 2019년 7월 18일 김 씨가 A 씨의 집에 따라 들어가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김 씨의 "마지막으로 A 씨를 만나 작별 인사와 격려의 의미로 가볍게 안아 주려 한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A 씨는 2019년 5월부터 B 씨 사건과 관련해 거의 매일 일상적인 내용으로 연락하며 호의적,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7월 18일 이후에는 A 씨가 피고인의 질문에 간단히 답변하고 아버지의 업무 상황에 대해서만 대화했다"며 "19일부터는 만남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과 A 씨 사이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만한 일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A 씨의 태도 변화는 B 씨의 가석방 불허가 통지되기도 전의 일이고, 강제추행으로 연락을 회피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짚었다.
김 씨가 2019년 8월 12일 B 씨의 가석방 불허 경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느꼈고 실수한 것이 있다'는 내용의 긴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 1심에서 '김 씨가 A 씨를 덮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점 등도 고려했다.
다만 2019년 6월 23일~7월 17일까지 6차례에 걸쳐 한강공원 등에서 팔, 다리 등 신체 부위를 추행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추행의 경위를 확인할 핵심 증거 자료로 작성한 메모를 스스로 폐기했다는 진술, 메모의 존재와 내용을 대리인인 변호사에게 고지했는데도 확인이나 보존이 되지 않았다는 진술은 A 씨의 그간 행동 양식이나 법적 의미의 이해도 등에 비추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B 씨 회사의 법률 분쟁에 관한 자문 및 소송 대리를 위임받아 수행했다. 피해 당시 A 씨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고 김 씨는 50대로 B 씨보다도 3살가량 많았다.
2017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B 씨가 수감 중에 쓰러진 뒤 김 씨는 B 씨를 대신해 A 씨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했다. 당시 김 씨는 B 씨의 주식 대금을 관리하고 있었다.
대학생이던 A 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김 씨가 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A 씨는 B 씨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고민 끝에 2020년 2월 김 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6개월간 수사 끝에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 조사가 지연되면서 이 사건은 2021년 7월에야 법원에 넘겨졌다.
2023년 11월 1심은 "변호사인 피고인이 의뢰인 딸을 여러 차례 추행한 점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범죄로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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