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 "농장 전담 수의사제 도입 시급"…국민 건강 위한 해법 제시
대한수의사회, 정책 제안 기자 간담회 개최
표준수가제 공약엔 "현실성 부족" 지적도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대한수의사회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에 '농장 전담 수의사 제도' 도입을 포함한 수의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7일 성남시 대한수의사회 산하단체 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을 비롯한 수의계 주요 인사들은 농장동물 진료와 방역의 주체가 수의사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간담회에는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 최종영 한국돼지수의사회 회장, 송치용 한국가금수의사회 회장, 박효철 미래신사업추진단 단장 등이 참석했다.
허주형 회장은 "방역, 검역, 식품위생 등 공중보건 영역에서 수의사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며 "국가 차원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 제시된 주요 정책 제안 중 하나는 '농장 전담 수의사 제도'의 법제화다. 이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동물위생시험소나 공무원이 전담하고 있는 방역 및 진료 업무를 민간 수의사에게 이관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최종영 한국돼지수의사회 회장은 현 방역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방역 현장에 공무원이 중심이지만, 해외 주요국은 수의사가 방역의 주체"라며 "수의사의 활동은 제약되고, 공무원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역할 분담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축방역관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민간 수의사의 전문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결과"라며 "농장 전담 수의사 제도를 통해 민간 수의사가 공수의 역할까지 수행하면, 인력 부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치용 한국가금수의사회 회장도 현장 문제를 지적하며 "농가들은 여전히 동물 진료를 약품이나 사료회사에서 해주는 서비스 개념으로 인식한다. 무료 진료에 익숙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농장 전담 수의사 제도 도입이 국민 보건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축산현장에서는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진단 없이 항생제를 사용하는 '자가 진료' 관행이 만연하고, 이는 결국 축산물 안전성과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최종영 회장은 "국가가 가장 깊이 있게 다뤄야 할 축산 이슈는 '항생제'"라며 "유럽처럼 수의사가 항생제 사용을 통제·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농장동물 전담 수의사 안에 '책임 수의사' 개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물 항생제 이슈는 동물용의약품 유통 체계와도 맞물려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용의약품 유통 체계 개선과 수의사처방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약사법 개정도 촉구했다. 현재는 주사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이 수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어, 처방제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축산 농가에서는 축산물에 잔류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일부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 없이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이는 곧 자가 진료와 약물 오남용으로 항생제 내성균이 증가하는 등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의계는 동물의 건강 및 복지 증진, 공중위생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반드시 수의사의 동물 진료 후 동물용의약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간담회 후반부에서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공약과 관련된 논의도 이어졌다. 최근 대선 공약으로 거론된 해당 제도에 대해, 수의계는 "현실성 없는 하향평준화"라며 우려를 표했다.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은 "국가가 보호자의 불만만 듣고 정책을 만들다 보니 동물병원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하이엔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수가 제한이 걸리면 더 이상 장비나 인력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주형 회장은 "반려동물 진료비 문제는 수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의료복지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가가 기초의료 제공을 책임지는 동물건강보험 체계와 전담 기관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의계는 수의사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동물과 보호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badook2@8z3wx.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