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1년, 투자 역대급 늘린 삼성전자…'반도체 왕좌' 탈환 칼 갈았다
1분기 연구개발비 사상 최대…DS부문 시설투자액도 '역대급' 확대
반성문까지 쓰며 '경쟁력 강화' 주문한 전영현…"HBM4는 다를 것"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CAPEX)에 바짝 힘을 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독한 삼성' 주문에 발맞춰 핵심 사업이자 아픈 손가락인 반도체 부문(DS)에 기술 및 투자 역량을 집중하며 '반도체 왕좌' 탈환에 칼을 가는 모습이다.
19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만 연구개발비 9조 348억 원, 시설투자액 11조 9983억 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연구개발비는 15.5%, 시설투자액은 6.1% 증가한 수치다. 연구개발비는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DS부문 시설투자액도 역대급으로 늘렸다. 총 시설투자액 중 DS부문 할당액은 10조 9480억 원(91.2%)이다. 삼성전자가 1분기 기준 반도체 시설투자에 10조 원 이상 쓴 적은 처음이다. DS부문 시설투자 비율이 총액의 90%를 넘은 것 역시 이례적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10년간 1분기 평균 반도체 시설투자액이 2015~2019년 2조~6조 원대, 2020년대 들어 6조~9조 원대였던 추세를 고려하면 파격적이란 평가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에도 1분기 시설투자액은 7조 2181억 원(83.5%)이었다.
삼성전자는 "DS부문 및 디스플레이(SDC)의 첨단공정 증설·전환과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시설투자가 이뤄졌다"며 "메모리 차세대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중장기 수요 대비를 위한 투자를 지속 추진했고, 시스템 반도체는 선단(Advanced) 노드 생산 능력(CAPA)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발등에 불인 '반도체 살리기'에 전사 역량을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구원투수'로 복귀해 오는 21일 취임 1년을 맞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지난해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써가며 추진한 '근원적 경쟁력 강화'의 연장선이란 해석이다.
반도체 설계 전문가 출신인 전 부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을 신설해 약화한 설계 역량을 높이는 한편, 지난해 11월에만 DS부문 전 임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5차례 열며 삼성전자의 토론 문화 부활(C.O.R.E워크)에 주력했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 1000억 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미국발(發) 관세 폭탄 우려로 서버용 D램 출하량과 낸드 수요가 반등한 덕이 컸다. 전 부회장이 실적이 크게 개선됐던 지난해 2분기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HBM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1분기 시장 조사에 따르면 HBM 대호조를 타고 추격한 SK하이닉스에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 왕좌까지 내줬다.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와의 반도체 매출 격차는 10조 원 이상 벌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는 다르다"는 각오로 반도체 주도권 탈환을 벼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 상반기 3나노미터(㎚·10억분의 1m), 하반기에는 2나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템포를 빠르게 올리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 전체 공정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6세대 HBM(HBM4)은 내년 시장 개화 전, 올 하반기까지 양산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5세대)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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