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관세, 美 생산 효과 반감…투싼·스포티지, 부품 30% '한국산'
도로교통안전국(NHTSA) 통계…'GV70' 한국산 부품 70% 이상
영세 부품사 관세 직격탄, 美 부품 대체까지 시간 걸려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차종에 30% 이상 한국산 부품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을 늘리더라도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현지 생산시설이 없는 영세 부품업체의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세 25%를 추가 부과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이 현지 시각으로 2일 0시(한국 시각 오후 1시)를 기해 발효된다. 수입 자동차는 3일 0시부터 관세가 부과되고 핵심 부품에 대한 관세는 5월 3일 이전에 확정될 예정이다.
2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된 2025년식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는 전체 부품의 약 30%는 한국산을 사용했다. 북미산 부품 비율은 각각 55%, 60% 정도다. 투싼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0만 대, 스포티지는 16만 대 넘게 팔린 각 사 미국 판매 1위 차종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같은 연식의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는 부품 현지화율이 각각 47%, 55%로 더 낮았다. 한국산은 각각 36%, 35% 들어갔다.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만들고 있는 'GV70'은 한국산 부품 비율이 70%, 전동화 모델 'GV70 EV'는 80%에 달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재 미국 판매의 35% 수준인 현지 생산 비율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주의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주의 기아 공장에선 각각 36만 대, 34만 대씩 모두 70만 대를 생산했다.
지난해 말 조지아주에 완공한 양사의 신규 자동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지난달 26일 준공식을 갖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연간 30만 대에서 최대 5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지난해 현대차·기아 미국 판매량(약 170만 대)의 70%는 현지 생산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수입차에 부과되는 25% 관세는 일정 부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부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당장 생산원가가 상승해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영세 부품사들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동차 부품 기업은 1만 5239개였는데 이 가운데 4인 미만 사업체가 50.3%, 매출액 5억 미만인 곳이 27.6%다. 이들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울 여력이 없어 트럼프의 수입 자동차 부품 관세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현지 생산에 나서더라도 여전히 부품의 최소 30%는 한국에서 조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현지 생산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자동차 부품에도 여러 관세가 부과된다면 3%대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인 2·3차 협력사들은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부품사더라도 엔진, 변속기, 섀시모듈, 배터리열관리시스템(BMS) 등 주요 부품을 1차로 납품하는 회사들은 현지에 생산 공장이 있어 관세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다. 섀시모듈과 BMS 등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012330)는 미국에만 관련 생산 거점이 10곳에 달한다. 현대트랜시스(039090)는 미국에 변속기 공장 1곳과 시트 공장 3곳, 현대위아(011210)는 멕시코에 엔진 공장 1곳을 갖고 있다.
수입차에 대한 관세는 현지 시각으로 오는 3일 0시부터,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구체적인 품목이 연방 관보에 공시되는 대로 늦어도 내달 3일 이전에 부과될 예정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현행 0% 무관세였던 만큼 25% 추가 관세 시행 시 관세율 25%가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수입 철강·알루미늄 대상 25% 관세는 미국 상무부의 추가 공고 확정 시 범퍼·차체·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현지 시각으로 오는 2일 오후 4시(한국 시각 3일 오전 5시) 발표되는 국가별 '상호 관세'가 수입차·자동차 부품 관세와 중복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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