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암초 만난 KCGI…한양증권 인수 '첩첩산중'
증선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의결
"한양학원 자금난 견딜 수 있는지 문제"
- 문혜원 기자,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박승희 기자 = KCGI의 한양증권(001750) 인수 작업이 사실상 '올스톱' 됐다. 국세청이 KCGI에 특별(비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면서다.
자금사정이 급한 학교법인 한양학원만 속이 타는 상황이다. 계열 재정난은 악화일로지만, 국세청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KCGI가 아닌 새 주인을 찾는다고 해도 그 시점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6일 오후 2시 정례회의를 열고 KCGI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을 의결했다.
심사가 전면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중단된 심사에 대해 6개월마다 재개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한다. 올해 10월 전까지 국세청의 제재 절차가 이뤄지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 심사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자금난 해결을 위해 한양증권 매각에 나섰던 한양학원으로선 매각 시점이 미뤄지며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 왔던 매각 절차가 길게는 1년 반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양학원은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한양대학교병원도 의료 파업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리자 알짜 계열사인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통상적인 세무조사 기간을 고려해 7월 전 무혐의 결론이 나고, 곧바로 KCGI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통과하더라도 3개월 이상 매각이 지연된다. 국세청 결론이 늦어지며 10월 심사가 재개되더라도 7개월 이상 손 놓고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간인 2개월을 더하면 연말이 돼서야 겨우 매각이 마무리된다.
KCGI 대신 새 주인을 찾게 된다면 내년으로 해를 넘길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협상 대상자를 구하고, 실사를 거치는 데 6~9개월이 걸리고, 서류 준비하고 심사를 받는 데 3개월은 걸린다"며 "자금난으로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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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양증권 인수 과정에서 KCGI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한양증권 인수자가 KCGI로 내정됐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매각 과정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한양학원이 교육부로부터 지분 매각 승인을 받았다는 공시를 낸 것은 지난해 7월 23일, KCGI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자는 8월 2일로 이례적으로 빨리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졌다.
또 인수 과정 초반에는 '파킹딜' 의혹도 있었다. KCGI가 한양증권 지분 29.6%를 인수하기로 하고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 지분은 9% 남겨두면서다.
매각 절차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며 한양증권 대표가 자리를 떠났다가 돌연 복귀하는 상황도 있었다.
다올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는 3월 14일 갑작스럽게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직을 포기하고 한양증권에 남기로 했다.
당시 임 대표는 "인수합병(M&A)과 관계된 여러 변수와 현직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과 책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KCGI 세무조사로 한양증권 인수가 무산되니 임 대표가 다시 한양증권으로 복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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