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개선 공약이 이미 정부가 시행 중이거나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중복돼 반쪽짜리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스드메 패키지의 깜깜이 비용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3개월째 국회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어 정치권의 무관심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모두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웨딩업계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웨딩업체의 불공정 요구(갑질) 근절과 스드메 견적 투명화 등의 내용이 담긴 '9대 취향저격 공약'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스드메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가격표시제, 보증보험 가입 등 소비자 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허위·과장 광고 금지·감독 방안 마련, 공공예식장 인프라 확충 등을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결혼업계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전국 14개 지역의 결혼식장 370곳과 결혼준비대행업체 152곳을 조사하고 지역·시기·패키지별 가격을 지난 28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예비부부의 결혼 서비스 평균 총계약금액은 2101만 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 지역이 3409만 원으로 가장 높고, 경상도가 1209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결혼식장 중간 가격은 1555만 원, 스드메 패키지의 중간 가격은 290만 원이었다.

여기에 결혼업체의 표준계약서 마련을 의무화하고, 사업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결혼서비스업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결혼서비스법)'이 지난 2월 이미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결혼식장 비용 공개, 스드메 패키지 가격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여성가족부가 결혼서비스업에 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특히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선전물을 배포한 경우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겼을 경우 영업소 폐쇄나 6개월 이내 영업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영업정지 처분이 결혼서비스 이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줄 것으로 우려될 때는 과징금 5000만 원을 대신 부과하고, 영업폐쇄·정지 처분을 어길 때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기존 정책과 법안을 뛰어넘는 구체적이고 진전된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혼서비스법이 이미 발의된 상태에서 대선 후보들이 단순히 이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법안 통과를 전제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발전된 내용을 내놓았어야 한다"며 "정치권이 결혼 시장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후보들이 실제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청년층의 표심 잡기에만 급급한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결혼서비스법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위원의 검토 이후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대선 후보들이 관련 공약을 연이어 내놓고 쟁점이 없는 만큼, 결혼서비스법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국회의 검토 의견이 정부 부처로 넘어오지 않았다"며 "법이 제정되면 전국 결혼서비스업체의 수와 가격 정보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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