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성장률 0.8%로 '반토막'…기준금리 2.5%로 인하(종합)
1분기 역성장-美 관세충격 등에 경기 부양 마중물
"경기 하방 압력 완화 적절…인하 기조 이어갈 것"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9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코로나19 이후 최악 수준인 0.8%로 대폭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 부진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악화된 경기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도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존 2.75%인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동시에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2월보다 0.7%p 대폭 하향 조정한 0.8%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1.9%) 대비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역성장과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등 대내외 악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0.2%)은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로 인해 깜짝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겼다.
금통위는 이날 결정문에서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한은이 전망한 연간 0.8% 성장률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0.7%)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으며, 코로나19를 비롯한 외환·금융위기 등 대형 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역대 최악 수준에 해당한다.
이번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아시아개발은행(ADB·1.5%), 국제통화기금(IMF·1.0%) 등 주요 기관보다 낮다. 반면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지난달 말 기준 평균 전망치(0.8%), 한국개발연구원(KDI·0.8%)과는 같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등 계속 하향 조정해 왔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내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유지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1.9%에서 1.8%로 0.1%p 낮췄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에서 이달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려오면서 외환 시장 불안이 완화된 점이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이 6월 이후로 지연되는 분위기와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의 향방 등은 한은의 추가 인하 시점을 불투명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앞으로 내수는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며 수출은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으로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성장 경로에는 무역 협상 전개 상황, 정부 경기 부양책,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금리 하락으로 수도권 주택 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들썩일 가능성 역시 추가 인하 시점을 가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통위는 "금융 완화 기조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가능성과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오는 6월을 건너뛰고 7월과 8월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를 개최하는데, 전문가들은 우선 8월 인하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실제로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추가 인하를 시사하는 문구를 지우지 않고 유지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 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과 금융 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하 결정은 시장 예상과 부합한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 채권 전문가 과반인 69%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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