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35만원 벌어도 지갑 닫은 가계…실질소비지출 7분기만에 감소
월 소득 전년比 4.5% 증가 …고물가 영향에 소비지출은 2.2% 증가
실질소비지출 0.7% 감소…1·5분위 소득격차 6.32배, 불평등 심화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올해 1분기 가구당 소득이 증가했지만, 실질소비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여파 등으로 평균소비성향이 3개 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가구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20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었음에도 주거·식료품 지출이 늘었고, 고소득층은 소득이 늘었지만, 소비를 줄이는 양상을 보였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은 535만 1000원으로 전년 동기(512만 2000원)보다 4.5% 증가했다. 가구 소득은 2023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1분기 가구 소득을 원천별로 보면 근로소득은 341만 2000원, 사업소득은 90만 2000원, 이전소득은 87만 9000원으로 각각 3.7%, 3.0%, 7.5% 늘었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407만 2000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2021년 1분기 이후 17분기 연속 증가세다. 그중 소비지출은 295만 원, 세금·연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은 112만 3000원으로 각각 1.4%, 4.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0.7% 줄면서, 2023년 2분기(0.5%) 이후 7분기 만에 감소 전환됐다. 감소 폭 0.7%는 2020년 1분기(7.4%) 이후 20분기 만에 최대치다.
평균소비성향은 69.8%로 전년보다 2.1%포인트(p) 하락해 3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가계의 소비지출이 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 소비지출을 보면 △주거·수도·광열(5.8%) △기타상품·서비스(5.6%) △식료품·비주류음료(2.6%) 등은 증가했다. 반면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주류·담배(-4.3%) 등은 줄었다.
특히 주거·수도·광열 부문에서는 연료비(7.9%), 월세 등을 포함한 실제 주거비(6.2%) 등이 크게 늘었다. 교통·운송(-3.7%) 항목에서는 자동차 구입비가 12% 감소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동차, 의류, 신발 등 내구재와 준내구재 지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도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영향까지 겹치면서 실질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1분기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평균 112만 3000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경상조세(14.0%), 비영리단체로의 이전(10.4%), 사회보험(1.5%) 등은 증가했지만 이자 비용은 6.9% 줄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2만 8000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127만 9000원으로 12.3% 늘었고, 흑자율은 30.2%로 2.1%p 상승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전년 동기(5.98배)보다 0.34배p 상승했다. 이는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6.32배에 달한다는 의미로, 2023년 1분기(6.45배) 이후 처음으로 6배를 넘었다.
분위별로 보면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 원으로 1.5% 감소했다. 재산소득(-29.3%), 근로소득(-0.1%), 사업소득(-7.7%), 이전소득(-1.0%) 등이 모두 줄면서 전체 소득이 감소했다.
반면 5분위(상위 20%)는 근로소득(4.1%), 사업소득(11.2%), 재산소득(5.2%) 등이 고르게 늘어 전년보다 5.6% 증가한 1188만 4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득 격차와 달리 평균소비성향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1분위는 147.6%로 전년보다 10.2%p 상승한 반면, 5분위는 56.7%로 2.1%p 하락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분위 135만 8000원, 5분위 520만 4000원으로 각각 3.6%, 2.1% 증가했다. 1분위는 주거·수도·광열(23.2%), 식료품·비주류음료(21.2%) 등에 지출이 집중됐고, 5분위는 음식·숙박(14.4%), 교통·운송(14.0%) 비중이 높았다.
5분위는 교통·운송(-7.6%), 주류·담배(-3.3%), 의류·신발(-3.3%), 교육(4.6%) 등의 지출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는 "1분위에서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 5분위 배율이 6.32배로 상승했지만, 정확한 소득분배 여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며 "가계소득 증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취약계층 지원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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