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6분 만에 추락한 P-3 사고 원인은?…"모든 가능성 열고 조사"
해군, 사고대책본부 구성…이른 시일 내 원인 파악 어려울 듯
조종사들, 민간 피해 막기 위해 야산 쪽으로 급선회 정황
- 허고운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정윤영 기자 = 29일 해군의 해상초계기 P-3(오라이언) 1대가 추락해 탑승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군은 기체 결함, 정비 불량, 기상 요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해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3분쯤 이착륙 훈련을 위해 포항기지를 이륙한 P-3 초계기는 불과 6분 뒤인 1시 49분쯤 기지 인근에 추락했다. 이륙 직후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정황이다.
해군은 사고 직후 참모차장 주관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 등을 확인 중이다. 아울러 P-3 기종에 대한 비행 중단 조치를 취했다. 해군은 총 16대의 P-3 계열 초계기를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이른 시일 내에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상 군용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는 조종사의 실수와 피로 등 인적 요인, 짙은 안개와 강풍 등 환경적 요인, 기체 결함 및 정비 불량 등의 장비 요인, 새 떼와의 충돌 등 외부 충돌 등이 있다.
이번 사고 당시 기상 여건이 나쁘지 않았고, 사고가 이륙 직후에 발생한 만큼 장비 문제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P-3는 이론적으로는 엔진 4개 중 3개에 이상이 생겨도 비상 상황에서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종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해당 기체의 최근 비행 및 정비 이력과 비행 경로 및 교신 내용은 물론 임무 수행 시 조종사의 행동 등을 모두 파악하지 않으면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라며 "우리 군에서 P-3 추락 사고는 처음인 만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착륙 때와 달리 이륙 시에는 조종사의 해이나 기량 미달로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적은 편"이라며 "비행기가 뜨자마자 사고가 난 것은 분명히 (기체나 장비 등에서) 어디선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P-3 성능개량형인 P-3C 계열을 1995년부터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올해는 해군의 P-3 무사고 30년 차가 되는 해이지만, 기체 노후화가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 군은 지난 2018년 신형 초계기 P-8 도입을 결정했고, 지난해 국내에 도착한 P-8은 전력화 훈련 중이다.
P-3 조종사들이 비정상 비행 중 민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고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사고기는 건물이 밀집한 주택가를 피하기 위해 급선회를 하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초계기가 추락한 곳은 신정리 아파트 뒤 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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