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서 '김정은' 사라졌다…후순위 된 북미대화
우크라전 종전·관세 전쟁 예상보다 난항…'대화 제의' 北 호응은 없어
NSC 주요 북한 전문가들도 연이어 경질…대북 정책도 미확정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야에서 북한이 멀어지고 있다. 취임 전부터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세 전쟁, 대중국 견제 정책이 예상보다 난항을 겪고 최근 워싱턴의 '북한통'들이 잇달아 경질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29일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까지만 해도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김정은과 친하다"는 점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에도 줄곧 북한을 향해 '러브 콜'을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북한을 언급할 때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계속 써왔다. 그간 미국이 고수해 온 '완전한 비핵화' 정책에서 벗어나 '핵 군축'이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불러들이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넉 달째에 접어든 지금, 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보다 시급한 현안들이 예상보다 장기간 교착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4시간 내로 종결하겠다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아직도 달성하지 못했다. '전쟁 조기 종식'과 함께 '미러관계 회복'을 공언했던 그는 지금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역시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듯하다. 주요 견제 대상이었던 중국이 강경한 협상 전술로 '버티기'에 성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압박을 나름대로 방어하며 판세가 미국의 '완승' 구도로 흘러가지 않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2기 국가안보회의(NSC)에 포진했던 대북 전문가들이 연이어 경질되며 미국의 대북 구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 관련 '가벼운 언급'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은 알렉스 웡 안보부보좌관이 사실상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마이크 왈츠 전 안보보좌관이 '후티 공습 관련 기밀 유출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3주 만의 일로, 웡 역시 같은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았다.
웡은 트럼프 1기 때 대북특별부대표로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실무를 맡았던 인사다. 북한과의 접촉 경험이 있어 트럼프 2기 때도 주요 소통 창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임명 6개월도 안 돼 왈츠와 마찬가지로 기밀 유출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일각에선 이들의 경질이 기밀 유출 때문이 아니라 백악관 및 공화당 내 '친트럼프' 세력 내의 알력 다툼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통적인 외교에 익숙한 이들이 트럼프 추종자들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조에 맞지 않아 권력 다툼에서 패했다는 시각이다.
그 때문에 역시 대북 경험이 풍부한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등 대북 전문가들이 추가로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대북 구상을 이끌 '키맨'들까지 사라지며 당장은 북미대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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