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초계기, 사고 1분 전 교신 때도 '비상상황' 언급 없어(종합)
군, 음성저장장치 확보해 분석 중…사고 상황 담긴 '유일 단서'
사망 승무원 4명 순직 및 1계급 추서 진급…합동분향소 설치
- 김예원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정윤영 기자 = 경북 포항에서 훈련 비행 중 추락한 해상초계기(P-3)의 음성녹음저장장치(블랙박스)가 30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 추락 1분 전 이뤄진 관제탑과 사고기 간 마지막 교신엔 이륙 훈련을 위한 정상적 교신 내용 외에 '비상상황'과 관련한 내용이 없어 이 저장장치가 사고 원인을 밝히는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해군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항공기 잔해는 해군 항공사령부로 이송돼, 민간 전문 인력과 함께 합동사고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조종사와 승무원 4명은 이날 오전 순직 및 1계급 추서 진급이 결정됐다.
해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고 전 관제탑과 항공기 간 교신은 오후 1시 48분이 마지막이며 비상 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와 사고기의 음성녹음저장장치에 녹음된 내용 등을 분석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기에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 등이 탑재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음성녹음저장장치가 사고 당시 '비상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셈이다.
통상 블랙박스는 조종사들의 교신 내용 등 음성이 담긴 녹음 장치와 항적 등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를 합쳐 부르는 용어인데, 이번 사고기엔 음성녹음저장장치만 있고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는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군은 보유 중인 P-3 8대 중 2대에만 녹음 및 데이터 기록 장치를 장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은 조류 충돌 가능성과 기상 급변 및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 이후 P-3 특별안전 점검을 포함해 모든 항공기의 이상 유무도 확인하고 있다.
사고기는 2030년 도태를 앞둔 노후 기체라는 사실도 새롭게 파악됐다. 사고기는 미국에서 들여와 200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개조를 거친 뒤 2010년 7월 해군에 도입됐다. P-3 기종의 평균 운용 수명은 부품 교체와 정비 등을 거치면 20~30년 수준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창정비 시점은 지난 2021년 2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정비는 기체를 완전히 분해 후 재조립하는 최고 단계의 정비로, 항공기 기체 등에 대한 부식과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비파괴 검사 등 285개 항목에 따라 진행된다.
해군 관계자는 "창정비 주기는 4~5년으로, 사고기는 올해 연말쯤 다시 창정비 예정이었다"라며 "사고기는 올해 3월 야전 정비, 4월 부대 정비를 거쳤지만 결정적 결함은 파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29일 이착륙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이착륙훈련은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Touch and Go)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조종사 기량 증가를 위해 수시로 실시한다.
29일 예정된 훈련은 총 3회로, 사고기는 오후 1시 43분에 이륙해 1차 훈련을 완료했다. 이후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오후 1시 49분쯤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사고기의 훈련 비행경로는 평소와 같았으며, 기상 상황도 맑은 하늘과 시정 7마일, 풍속 13노트(kts)등 양호한 상태였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해군 포항기지 관제사는 사고기를 육안과 레이더로 관측하며 사고 사실을 인지, 추락 2분 뒤인 오후 1시 51분쯤 해군 항공사령부 지휘통제실로 보고했다. 해군은 오후 1시 53분부터 항공사 및 해병대 1사단 소방차 5대와 구급차 5대를 현장으로 급파하고, 오후 2시 1분쯤 해군본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등에 긴급 상황 보고를 했다.
추락 초계기는 제주도의 해군 항공사령부 615 비행대대 소속으로, 제주공항이 혼잡해 이착륙 훈련을 포항기지에서 진행해 왔다.
정조종사인 고(故) 박진우 소령은 포항기지에서 약 5년간 조종사로 근무하며 1700여 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았다. 부조종사인 고 이태훈 대위는 포항에서 3개월간 경력을 쌓았으며, 비행 경력은 900여 시간이다. 해군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 수준의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 윤동규 중사는 항공기 엔진 및 조종사 계기를 모니터링하며 조종사를 보좌하는 전술사 역할을, 고 강신원 중사는 항공기 점검 등 비행을 위한 안전임무를 수행 중에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30일 오전 해군본부 보통 진공 사상 심사위원회를 통해 순직 결정됐으며, 국방부는 해군의 건의에 따라 이들에 대해 1계급 추서 진급을 결정했다.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되며, 장례는 해군장으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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