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의 아련한 성장통,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리뷰
한제이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No Heaven, But Love.2024)는 1999년을 배경으로 18세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과 진한 우정, 그리고 그 시절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담아낸 퀴어 영화입니다. 밀레니엄 버그와 지구 종말론으로 혼란스러웠던 시대, 어른들의 그늘 아래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영화 정보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2분
수상 내역
-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왓챠가 주목한 장편)
줄거리: 1999년 여름, 흔들리는 청춘들
영화는 1999년 여름, 정상고등학교 태권도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체급 변경을 해야 하는 주영(박수연)은 5일 안에 6kg을 찌워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절친한 친구 성희(신기환)는 자신 때문에 주영이 체급을 바꾸게 된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영은 메달을 따서 대학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박인태(양지일) 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성희를 응원합니다.
또 다른 친구 민우(김현목)는 롯데리아 아르바이트생 예지(이유미)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주영에게 쪽지 전달을 부탁합니다. 주영은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며 풋풋한 설렘을 함께합니다.
체중 증량에 성공한 주영은 드디어 대회에 출전하지만, 코치는 전략이라는 명목으로 방어만 하라고 지시합니다. 답답함을 느낀 주영이 공격을 시도하자 코치는 다급하게 기권을 외치고, 주영은 억울한 패배를 당합니다. 코치에게 구타까지 당한 주영은 연습에 불참하고, 코치는 주장을 시켜 주영을 데려오게 합니다. 주영은 태권도부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예지가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하고 주영을 돕습니다. 하지만 예지는 오히려 점장의 횡포로 해고당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소년원생 교정교화 업무를 담당하는 주영의 엄마(최정화)는 가정방문 프로젝트 대상 학생이 예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지는 한 달 동안 주영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익산으로 여행을 떠난 주영과 예지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주영의 엄마는 두 사람의 관계를 걱정합니다.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찾던 예지는 가정방문 프로젝트가 끝나자 주영에게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납니다. 예지가 떠난 후, 태권도부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집니다.
퀴어가 아닌, 어른들의 문제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퀴어 영화라는 장르를 넘어, 1999년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영화 속 어른들은 미성년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끌어주기는커녕,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학교 폭력, 코치의 폭력, 부당 해고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10대들의 시선을 통해 드러납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짠한 감정처럼, 영화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친구 민우의 유쾌한 활약 덕분에 영화는 지나치게 무겁거나 우울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유미, 고수희 등 익숙한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순수한 우정과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
영화 속 어른들의 모습에 분노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따질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오히려 친구들의 순수한 우정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아이들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2025년 현재, 우리 사회는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영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속 명대사
대사 | 인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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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진짜 올해 종말이 온다면 남은 시간 동안 뭐 할 거야?" | 예지 |
"나는 그냥 너랑 이렇게 있을 건데..." | 주영 |
"그럼 우리 혹시 모르니까 종말 오면 만나는 장소 정할까?" | 주영 |
"근데 진짜 종말이 올까? 그럼 우리 천국에는 못 가겠지?" | 주영 |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감상 포인트
- 1999년 시대적 배경과 소품들을 통해 추억을 되살려 보세요.
- 주영과 예지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며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을 느껴보세요.
- 영화 속 어른들의 모습과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교하며 생각해 보세요.
-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느껴보세요.
결론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단순한 퀴어 영화를 넘어, 1999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조명하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얼마나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는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모두의 책임감을 일깨워줍니다.